친부모가 자녀 학대하는 이유, 대체 무엇?

혈연관계의 친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방치하는 일은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고준희 실종 사건이나 삼남매 화재 사건이 그렇다. 자식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부모는 어쩌다 인간의 보편성을 잃어버렸을까.

저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에 의하면 인간은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해야 한다는 본능 체계를 따른다. 아이를 낳고 정성껏 키우는 것이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 인간의 보편성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런 원리를 벗어난 의식과 행동을 보이는 부모들이 있다. 여러 복잡한 요인이 얽혀 이 같은 몰인정한 부모를 만들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를 통해 꼽히는 주된 요인이 있다.

약물남용, 빈곤 등이 학대 유발

미국의 한 연구를 보면 메타암페타민과 같은 단속대상 약물을 사용하는 부모일수록 아동을 학대할 확률이 높아진다.

미국 베일러대학이 2012년 경제연구저널(Journal Economic Inquiry)에 발표한 이 논문은 양육자의 약물 복용이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살핀 연구다.

마약이나 약물, 알코올 오남용은 ‘빈곤’과 무관하지 않다. 생활비에 쪼들리고 저임금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약물 남용을 할 위험이 높고, 이 같은 남용은 또 다시 빈곤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불안정한 수입 상태가 아동학대 확률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소아과학저널(Journal Pediatrics)에 소개된 코넬대학의 2014년 연구는 수입 불균형이 아동 학대와 방치를 이끄는 요인이 된다고 보았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가난은 아동학대와 강력한 상관관계에 놓여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가 적은 지역이나 국가일수록 사회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아동학대도 하나의 사회문제로, 빈곤층이 늘어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문제다. 연구자들은 신체적, 감정적, 성적 학대 등 모든 유형의 아동학대가 이런 사회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좋은 부모에 대한 ‘롤 모델’ 없어

부모의 불우한 어린 시절도 자녀의 아동학대로 이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이 다수 있다. 자녀를 학대하는 부모들은 그들 역시 부모로부터 고작 배운 자녀 교육방식이 학대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롤 모델이 없었다는 의미다.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의 자녀 중 50%도 동일한 운명에 처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부모는 자녀의 본보기다. 성인이 됐을 때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방향키를 제시한다. 가해자로부터 또 다른 가해자가 탄생하는 현상은 자연적으로 끊기 어려운 비극적 순환 고리다.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이런 비극적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이다. 최근 아동학대 범죄를 근절하는 방법으로 ‘부모 교육 의무화’가 꼽히는 이유다. 좋은 부모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에겐 교육이 대신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피해아동은 또 다른 가해자로…

아동학대는 남에 의해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아동학대 가해자의 80% 가까운 비율이 친부모다. 어린이집이나 신생아실에서 아이를 희롱하거나 학대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무서운 건 CCTV도 감시자도 없는 집안에서 조용히 이뤄지는 친부모의 학대다.

아이가 목숨을 잃지 않고 살아남았다 해도 온전한 생활은 어렵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위협과 협박을 보다 잘 탐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뇌가 변화한다는 보고가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저널에 게재된 바 있다. 그 만큼 분노, 화 등의 부정적 감정에 민감해지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된다는 의미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자기파괴적이며 충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계선 성격장애’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심지어 성인이 된 이후 생긴 불면증, 편두통, 암 등과 아동학대를 연관 지은 연구까지 있다.

무엇보다 끔찍한 아동학대를 경험한 사람은 또 다른 희생양을 낳을 수 있는 가해자가 될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불우한 시절을 경험했다거나 현재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해서 모두 아동학대 가해자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확률상 이런 사람들이 좀 더 늘어나는 원인이 되는 것만은 사실이다. 희생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또 다른 희생자를 낳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젯거리를 해결하는 교육과 제도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사진=Prazis Images, POJ THEVEENUGUL/shutterstock]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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