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철 류마티스질환 분야

“의사는 나의 소명” 환자 마음까지 함께 돌봐

한양대 류마티스병원 배상철 원장(55)은 지난달 13일 오전 대구 처가로부터 장인이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받고 서울역으로 떠나기 전에 중환자실부터 찾았다. 인체의 면역계가 온몸을 공격하는 ‘루푸스’에 걸린 25세 여성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환자는 6, 7년 전 사경을 헤매다 병원에 와서 배 원장의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지만 6월 말 고열에 온몸이 퉁퉁 부은 상태에서 병원에 실려 왔다. 건강에 자신이 있어 과로했다가, 고개를 든 루푸스 탓에 신장이 망가졌다. 폐출혈까지 생겨 의료진이 밤낮 매달려 돌봤지만 상태가 나빠지기만 했다.

환자 사망에도 유족들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 인사

배 원장은 보호자를 만나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비록 지금 병원을 떠나지만 늘 의료진과 연락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대구의 영안실과 장지에서도 수시로 의료진과 통화하며 환자를 돌봤고, 입관이 끝나자마자 서울의 병원으로 되돌아와 환자에게 달려갔지만 환자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상태였다. 배 원장은 다음날 아침 환자가 눈을 감았다는 소식을 듣고 낙담한 상태에서 회진 길에 나섰다가 환자의 어머니를 만났다. 어머니는 다른 병원에서 딸의 장례식을 치르려고 앰뷸런스를 타고 가다 차창 너머 배 원장과 눈이 마주치자 차를 세우게 했다. 어머니는 배 원장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선생님, 그동안 너무나 감사했어요. 너무나….” 어머니는 말을 잇지 못했고, 배 원장은 눈물이 핑 돌았다. “한편 미안하고, 또 한편으로는 고맙지요. 그러나 회한이 밀려오고 기운이 빠지는 것을 떨치기는 힘들지요.”

“직업 아닌 소명의식으로 환자 보면 행복” 스승 가르침 가슴에

배 원장은 생명이 오가는 루푸스 치료의 세계적 대가로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며 찾아오는 환자 200여 명을 살려냈지만, 더러 속절없이 환자를 떠나보내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온몸이 처지지만 ‘소명’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소명은 스승인 하버드대 브리검앤우먼스 병원의 메튜 리앙 교수가 최근 강조한 덕목이기도 하다. 리앙 교수는 최근 배 원장이 사무총장 겸 학술위원장으로 주관한 제34회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서 ‘미래 의사들과 석학의 만남’ 초빙 연사로서 의대생과 고교생들에게 ‘일과 소명(Job Versus Calling)’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의사가 돈을 버는 직업인으로서가 아니라 소명의식에 따라 환자를 보면 더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배 원장은 중학교 때부터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 심장내과에 관심이 있었지만 ‘류마티스 전도사’였던 김성윤 교수(현 김성윤 류마티스내과의원 원장)에 이끌려 류마티스를 전공으로 삼았다. 1996년 리앙 교수의 문하로 들어가서 루푸스를 전공했으며 현재 세계 루푸스 전문가 모임(SLICC)의 위원 30명 가운데 하나다.

돌보는 환자만 4500여명...연구 실적도 국내외서 모두 권위 인정

그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3000여명, 루푸스 환자 1500여명을 보면서 환자에게 희망을 심는 책을 선물하는 등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며 진료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 분야에서도 지금까지 290여 편의 논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면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히 연구 설계를 짜서 환자들을 추적 조사하는 ‘코호트 연구’에서 독보적이다. 배 교수가 이끌고 있는 1200명 대상의 ‘배 루푸스 코호트’와 2200명 대상의 ‘배 류마티스 관절염 코호트’는 국제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08년부터는 보건복지부 지정 류마티스관절염 임상연구센터의 수장으로 임명돼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전국 32개 병원의 연구진 100여명과 함께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분포, 특징, 치료과정, 약 부작용 등에 대한 코호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이 사업단에서는 지금까지 100여 편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배 교수는 국제연구도 주관하고 있다. 류마티스관절염과 루푸스 분야에서 각각 10여 개국 50여명의 연구자들을 이끌고 발병 유전자를 규명하는 연구의 책임교신저자를 맡고 있다. 배 교수는 “류마티스 관절염과 루푸스 등은 아직 완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좋은 약들이 속속 개발돼 치료 성과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 병들을 완전히 정복하기 위해 △빅 데이터 정보 통합을 통한 류마티스 관절염 예후 및 약물반응 예측연구 △중간엽 줄기세포를 이용한 루푸스 치료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및 병 진행 예방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법명 普觀처럼 넓게 보고 넓게 활약하며 넓은 영역에 혜택 줄 것

배 원장은 스승 리앙 교수의 제안에 따라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에서 약물경제학을 공부해 경제적 관점까지 고려한 치료를 하고 있다. 약물경제학의 대가로서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보건의료연구원 등에서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분, 1초를 아끼는 삶을 살 수밖에 없고 가족에게 많은 시간을 내지 못해 늘 미안하다. 그러나 의료계의 발전과 전국에서 찾아오는 중증 환자의 치유를 위해서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2000년 초 금강선원 혜거 스님으로부터 ‘보관(普觀)’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그는 법명처럼 넓게 보기 위해서 서울대행정대학원의 국가정채과정, 서울대의대 의료경영과정 등을 수료했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난다. 그는 넓게 보면서 넓게 활약하고 넓은 영역의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것, 그것이 자신의 의사로서의 소명이라고 믿는다.

배상철 
류마티스질환
한양대병원
질병관리본부 희귀난치성질환센터 운영위원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전문위원
보건복지가족부 의료전문평가위원회 위원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류마티스관절염임상연구센터 센터장
아시아 약물경제학회 상임이사
한양대학교류마티스병원 병원장
보건복지부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위원
보건복지부 약제전문평가위원회 위원
글 이성주 코메디닷컴 대표 전 동아일보 의학 기자. 고려대 철학과와 연세대 보건대학원을 나왔고 미국 존스홉킨스 보건대학원에서 연수했다.‘황우석의 나라’ ‘대한민국 베스트닥터’ ‘뇌의학으로 본 한국사회’ 등 10권의 책을 펴냈다. 각 분야 베스트 닥터의 지도를 꿰뚫고 있어 명의 인터뷰의 원조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