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조울증이었다

미켈란젤로, 차이콥스키, 헤밍웨이, 버지니아 울프, 헨델… 시대를 풍미한 예술가이자 ‘조울증’을 겪었던 인물이다.

12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조울증 바로 알기’를 주제로 강단에 선 정신건강의학과 민경준 교수를 만났다. 민 교수는 우울증, 조증에 비해 조울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민경준 교수의 강연을 인터뷰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하루에도 수백 번이 바뀌는 게 마음이고 기분이다. 가끔 ‘혹시 나도 조울증?’ 할 때가 있다.

“기분은 좋을 때도 있고, 힘들 때도 당연히 있다. 기분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그게 병이 될 때가 있는데 기분변화의 강도가 매우 심할 때 그렇다. 정상적인 기분 상태는 자신이 기분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고, 일정 범위를 벗어난 극단의 상태로 치닫지 않는다.”

“하지만 정상적인 기분 변동의 수준을 넘어서면 조증, 경조증, 우울 상태 등 극단적인 기분 상태에 이른다. 자신이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없고 이로 인해 문제 행동을 보이게 된다.”

– 우울 상태에 비해 조증 상태는 정상 기분 상태인지 병적 기분 상태인지 구분이 더 어려울 것 같다.

“조증 상태는 들뜨거나 매우 좋은 기분이 지속된다. 말이 많아지고 에너지가 넘친다. 잠을 자지 않아도 과다한 활동을 할 수 있으며 피곤하지도 않다. 지나친 자신감으로 헛된 일을 잘 벌여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일은 이것저것 벌이고 마무리는 못 하고…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기분 조절이 안 된다면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는 조울증 환자가 2012년에서 2014년, 3년간 약 14%가 증가했다고 한다.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조울증은 주요 우울장애에 비해 낮은 관심과 인식으로 진단과 치료 시기가 지연되기 쉽다. 그래도 요즘은 정신과 진료에 대해 인식이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조울증은 진단이 어려운 병이다. 실제로 조울증 환자의 일부는 우울장애로 진단되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 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조울증이었다?

“실제로 양극성 장애 환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우울 증상으로 시작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울 삽화로 발병한 경우 주요 우울증으로 치료받다가 (경)조증 삽화가 나타난 이후 조울병에 대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난치성 우울증의 절반은 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조울증을 10년 넘게 조사한 결과, 증상이 있는 기간 중 우울증을 겪는 기간이 제일 길었다.”

– 조증으로 시작하면 첫 발병부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경우가 많겠다.

“우울 삽화로 발병하면 그래도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는데, 경조증으로 발병한 경우는 치료받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다. 보통 조증 삽화로 시작하면 조증으로 인한 행동 문제가 나타난 이후에 비로소 가족에 의해 병원을 찾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흔하다. 가족들은 조증 증상을 더 힘들어 하기 때문. 그러나 정작 환자 자신은 우울 증상을 훨씬 힘들어한다.”

– 치료는 약물치료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

“치료에서는 약이 제일 중요하다. 약 없이 조울증을 치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치료의 단계는 급성기 치료와 유지치료로 나뉜다. 급성기 치료는 현재 있는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고 보통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유지치료 역시 약물유지치료가 주인데 정신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 우울하고 막 들뜨는 현상이 사라져도 약을 계속 먹어야 한다는 말인가.

“조울증은 유지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부분 재발한다. 1년 안에 60% 이상 재발하는 병이다. 조증이나 우울증 등 증상이 사라진 후에도 꼭 약을 먹어야 한다. 유지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조울병이 재발할수록 증상은 더 자주, 더 심하게 나타나고 치료는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 오늘 강의는 환자뿐만이 아니라 환자의 가족을 위해서도 진행됐는데.

“조울증은 환자도 힘들고 그 가족들도 같이 힘들다. 조울증을 바로 아는 것은 가족들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병원을 가도록 설득하거나 약을 꾸준히 먹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정신질환은 치료 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편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함께 이겨내길 바란다.”

[사진=Photographee.eu/shutterstock]

    연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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