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이유! 탈모, 뱃살, 근력 감소의 진실

[남성 갱년기 바로 알기 ③]


대기업의 고참 부장인 김모(남, 48세) 씨는 요즘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있어 고민이다. 운동을 즐기는 편인데도 뱃살도 두드러지고 있다. 임원 승진에 2차례나 실패한 그는 올해는 실적을 바짝 올려 꼭 승진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당연히 스트레스가 심해 우울감을 느낄 때가 많다. 탈모에 복부 비만 그리고 성기능 장애…건강하던 김 부장의 몸에 어떤 변화가 온 것일까.

1. 의외의 탈모 이유 “남성 호르몬 때문”

김 부장은 전형적인 남성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다. 40대 남성의 절반 이상에서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는 최근 연구 결과는 남성 갱년기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갱년기 증상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무심코 넘기기 쉽다. 하지만 남성 갱년기는 육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우울증 등 상당한 정신적 변화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방치했다간 큰 병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친구들에 비해 머리숱이 많았던 김 부장이 탈모 대열에 합류한 것은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남 성호르몬의 영향이 크다. 남성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 부족한 남성 호르몬을 보충하고자 테스토스테론보다 더 강력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을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생성된 DHT가 모낭을 위축시키고 머리카락의 성장을 방해해 탈모가 진행된다. 주로 앞머리와 정수리 부위에서 탈모가 두드러지고 모발이 가늘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최지호 서울아산병원 교수(피부과)는 “남성형 탈모증은 남성 호르몬,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데 직접적으로 탈모를 일으키는 호르몬인 DHT는 모발 성장 주기 중 성장기를 짧게 하고 성장이 멈춰 있는 휴지기를 길게 해 모발 크기가 점점 작아지게 한다”고 했다. 또 최 교수는 “유전적 요인도 큰데, 집안에 대머리가 있는 사람 특히 양쪽 부모 모두 대머리인 경우는 자식에게 대머리 발생 확률이 매우 높으며 다른 사람보다 머리털이 일찍 빠진다”고 했다.

탈모 증상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심해지고 앞머리 주위에서 진행이 빠르다. 정수리 부위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탈모가 남성 호르몬 때문이라는 것을 모른 채 증상을 방치하거나 민간요법으로 상태를 악화시키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 남성 갱년기가 빨라지고 있는 점을 감안, 일찍부터 탈모 증상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2. 복부 비만도 남성 호르몬이 관여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중년이 되면 뱃살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열량 과다 섭취, 운동 부족 등 복부 비만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남성 호르몬의 감소를 빼놓을 수 없다.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면 체내 지방이 복부에 주로 쌓이면서 복부 비만으로 이어진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근육이 줄고 복부 비만, 골밀도 감소, 안면 홍조 등 여성 갱년기 증상이 남성에게도 나타난다. 체내에서 남성 호르몬이 균형을 잃으면 복부뿐만 아니라 얼굴, 목, 어깨 주변에 과다한 지방의 축적될 수 있다. 반면에 팔다리의 근육량은 감소해 몸매가 올챙이 형으로 좋지 않게 변하게 된다.

한국인 허리둘레 기준으로 남자 90㎝, 여자 85㎝ 이상이면 복부 비만에 해당한다. 체내의 지방은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으로 나누는데, 특히 체내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체강 내에 축적되는 지방인 내장 지방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 을 유발한다. 남성 갱년기가 중년 남성에게 위험한 이유는 건강까지 잃을 수 있는 위험성 때문이다.

3. 근력을 잃으면 온 몸의 건강을 잃는다

근력은 건강 유지의 주춧돌 구실을 하지만 30대 이후부터 매년 감소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40세에서 80세가 될 때까지 30-50% 정도의 근육량이 줄어든다. 동작이 점점 느려지고 발걸음이 무거워진다면 근력 감소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송근암 부산대 의과 대학 교수(소화기내과)는 “일반인은 중년 이후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매년 1% 정도의 근육량이 감소한다”면서 “노화와 함께 우리 몸의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충분한 영양 섭취와 함께 근육 운동을 통해 이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근력 감소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줄면 속도가 빨라진다. 근력이 빠져 하체가 부실해지면 당뇨병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근육 감소는 골격 근육량의 감소와 근육 기능의 저하를 유발하는 근감소증(sarcopenia)까지 유발한다.

근감소증이 심해지면 잘 넘어져 낙상으로 병원에 자주 입원할 수 있다. 적절한 근육량과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면 오래 살아도 삶의 질이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 2016년 가톨릭 대학교 등이 국민 건강 영양 조사(2008-2011년)를 토대로 60세 이상 3만7753명 인구에서 근감소증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6.6%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이 11.1%로 여성(3.2%)보다 3.5배나 더 높은 빈도를 보여 남성에게 근력 감소는 중요 건강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남주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교수(내분비내과)는 “건강한 노인들이 건강 보조 식품을 자주 먹고, 영양이 결핍된 노인들의 경우 필요 영양소를 섭취하면 근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운동 요법과 영양소 섭취를 통해 근감소증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임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4. 발기부전, 성욕 감퇴… 성기능 장애의 원인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매우 낮은 사람은 성적인 흥미가 줄어들고 성기능도 저하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을 유지하고 발기의 빈도를 증가시키는 호르몬이기 때문이다. 남성 호르몬이 떨어진 사람은 성적인 생각 자체가 줄어들어 잠자리 횟수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정액의 질도 나빠지고 사정 액의 양도 적어진다.

발기부전이 계속되면 심리적 문제로까지 확대돼 자신감 상실, 우울감 지속, 배우자와의 잠자리 기피 등으로 이어진다. 부부끼리 속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하면 갈등을 유발해 가정 불화의 원인이 된다. 특히 갱년기는 중년 남녀가 함께 겪는 경우가 많아 여성도 감정이 민감해지는 시기여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불화가 깊어질 수 있다.

박현준 부산대 의과 대학 교수(비뇨의학과)는 “발기부전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와 동반 질환으로는 남성 호르몬 감소,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지혈증, 하부요로증상, 대사증후군 및 우울증 등이 있다”면서 “테스토스테론은 적절한 발기 기능에 필수적인 남성 호르몬인데, 그동안 실험적 연구들을 통해 발기를 유발하기 위한 적절한 해면체 내압과 평활근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테스토스테론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5. 방치하기 쉬운 남성 갱년기, 자신감부터 회복해야 

남성 갱년기는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본인이 건강 정보 등을 통해 인지하더라도 내색을 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이 시기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집중되는 때이지만 승진 누락, 퇴직 압박,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주변 여건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탈모, 뱃살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건강마저 크게 위협받게 된다.

40대 이후부터 남성 호르몬이 떨어지면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도 감소하는데, 자칫하면 본격적인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 이 시기에는 가족들의 이해와 협조가 더욱 절실하다. 남편, 아빠가 변했다고 눈을 흘기기 보다는 인생의 고비를 맞은 가장을 보듬어 안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성 갱년기에 좋은 건강식품을 선물하는 등 가족의 사랑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중년 남성들도 더욱 절제된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운동 등 취미생활을 통해 슬기롭게 갱년기를 넘기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사진=shutterstock]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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