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읍소한 삼성바이오, 시장 자율화 논란 자처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제약 바이오 사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였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김동연 부총리에게 바이오 규제 완화를 요청하면서 바이오시밀러와 관련 약가 정책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약가가 시장에서 자율로 정해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였다.

현재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면 오리지널 바이오 의약품 약가는 70%로 내려간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동등한 효능을 가지면서도 싼 가격이 장점인데, 오리지널 약가가 인하되면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논리인 것.

특히 이날 삼성 계열사 대표로는 유일하게 참석한 삼성바이오에피스 고한승 사장은 “미국은 시장 자율 경쟁을 통해 약가가 결정된다”며 “국내도 자발적인 시장 경쟁으로 합리적 약가가 형성되면 바이오시밀러 산업 경쟁력 제고와 정부 의료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고한승 사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비난의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시장 자율화=약가 인상?

이재용 부회장과 고한승 사장의 시장 자율화 요구는 사실상 오리지널 약가를 인상시켜 달라는 요구라는 게 여론의 시각이다.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바이오시밀러 경쟁력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삼성만을 위한 약가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는 강도높은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의 오리지널 약가 인상 요구는 다국적 제약사가 그동안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했던 요구와 판박이다. 다국적 제약사는 한국으로 들어오는 오리지널 의약품 등 신약 약가가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이유로 수 차례에 걸쳐 약가 인상을 요구 한 바 있다.

최근에만 하더라도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는 간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조영제 값을 올려달라며 공급을 중단해 결국 약가 인상에 성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요구는 오리지널 약가를 인상해 달라는  것이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다국적 제약사의 요구를 삼성이 재차 하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고한승 사장의 발언도 논란을 증폭시켰다. 예로 든 미국의 경우 시장 경쟁으로 높은 약가가 형성됐고 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다. 급기야 트럼프 정부는 약가 인하를 위해 제약사를 압박하고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 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미국의 경우 전 세계 최고의 약가를 자랑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국 개인 파산 1위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삼성에 의한, 삼성을 위한, 삼성의 바이오 의약품 약가 정책으로 야기될 국민건강보험 재정 파탄과 국민 건강권 위험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없다”면서도 “삼성이 이처럼 국내 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뿌리째 흔드는 요구를 당당히 하는 이유는 ‘이재용표 사업’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라고 비난했다.

삼성, “시장 자율화 요구는 와전된 것”

비난이 거세지자 삼성은 시장 자율화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시장 자율화 얘기는 열악한 바이오시밀러 환경을 얘기한 것이란 입장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국내 기업으로서 한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환경 개선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원래 바이오시밀러가 활성화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취지로 말을 꺼낸 것인데 포커스가 시장 자율화에 대해 맞춰졌다”며 “한국 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굉장히 작다. 하지만 한국 기업으로서 국내 사업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약가를 올려야 된다는 것보다 바이오시밀러는 가격 경쟁력이 무기인데 현행 약가 정책으로는 바이오시밀러가 성장할 수 없는 환경이다보니 이런 점이 부족하다는 것을 어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송영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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