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는 것만 폭력? 평생 트라우마 안기는 ‘막말’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부부들이 심각하게 싸우다 보면, 서로가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말 폭탄을 상대방에게 던지기도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는 “폭력”이란 단어를 생각하면 신체 폭력, 성폭력, 경제적 폭력 등 다양한 폭력을 인지하고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신공격 등의 막말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심각한 상처나 후유증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부부 사이, 부모와 자녀 사이에 인신공격성 막말을 퍼붓는 경우를 본다. 필자가 성인들을 상담하다 보면, 성장 과정에서 부모에게 들었던 언어폭력의 후유증으로 성인이 되어도 우울증, 불안증 심지어는 복합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실수한 자녀의 행동을 교정해 주기 위해 따끔하게 나무라 주겠다는 의도로, 자녀에게, “너 당장 내 집 나가!”, 또는 “너는 더는 내 자녀가 아니다.”, “성적이 이따위가 뭐야!, 이 바보 등신아!” 등의 말을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자녀의 입장에서는 언어폭력에 의한 평생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한다.

또한 부부들이 심각하게 싸우다 보면, 서로가 상대방을 제압하려고 말 폭탄을 상대방에게 던지기도 한다. “이럴 거면 우리 당장 이혼해, 우리 끝장내!”, 또는 “당신은 인간이 돼먹지 않았어.”, 또는 “당신하고 결혼한 날 도끼로 내 발등을 찍었다!” “남자가 되어서 쩨쩨하게 구내!” 등의 막말을 하기도 하는데, 서로가 감정이 가라앉고 차분해지면 이러한 말 폭탄의 후유증은 이후 결혼 관계에 두고두고 악영향을 끼친다.

▪분노 표현 스타일과 분노 조절 방법

언어폭력의 원인은 분노 조절의 실패에서 기인하기에, 언어폭력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분노 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는 대화를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짜증이 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화난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언어폭력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건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분노를 조절을 잘해서 언어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노 표현 스타일을 알면 도움이 된다.

▸화를 쉽게 내고 쉽게 잊어버리는 스타일과 대책 

사람 중에 성질이 급한 사람은 자신의 기대나 뜻대로 되지 않으면, 버럭버럭하고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화를 너무나 자주 내기에, “화통을 삶아 먹었나?” 하면서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화를 쉽게 내고 돌아서면 뒤끝이 없이 언제 자신이 화를 냈는가 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대화를 지속한다. 그러나 언어폭력을 경험한 피해자들은 아직도 속에 상처가 남아 있는데, 돌아서서 미소를 짓고 대화를 시도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바르게 알아야 할 것은, 자신은 쉽게 화를 내고, 뒤 돌아서면 뒤끝이 없기에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생각은 틀렸다. 주위 사람들은 막말 때문에 이러한 사람들을 피하고 싶고 멀리하고 싶다. 그리고 상황에 맞지 않게 화를 낸 것에 대한 사과도 받고 싶다.

대책: 쉽게 화를 내는 사람들은 화가 날 때의 신체 반응을 알아차리면서 화가 나면 일단 심호흡을 하면서 차분해지는 훈련을 스스로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자신의 분노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상처받는 것을 줄일 수 있다. 화를 쉽게 내면서 막말을 하는 사람들은 자존심이 취약한 사람들이다. 즉 자기 뜻대로 주위 사람들이 응대해 주지 않으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즉 인지 왜곡이 심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을 확인하지도 않고 버럭버럭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막말을 하지 말고 “당신 방금 어떤 뜻으로 그렇게 말을 했나요?” 등의 탐색적인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많은 경우에 상대방은 무시하지 않는데, 스스로 자신이 자신을 무시하면서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화를 쉽게 내지만 한 번 화가 나면 오래가는 스타일과 대책

상담하다 보면, 이러한 사람들을 대하기가 가장 어렵다. 사소한 일로 화를 내면서, 화가 나면 일주일 또는 그 이상으로 꽁하면서 말을 하지 않고 사람을 피하기에 주위 사람들은 많이 불편해 한다. 일종의 무언의 침묵시위를 하는 것이다. 대체로 남편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면 아내가 관계를 풀기 위해서 잘 못 했다고 사과하면 막힌 관계가 풀어지고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 경우 아내 처지에서는 왜 자신은 잘 못 하지 않았는데 평생 남편의 비위에 맞춰서 이렇게 하면서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에 억울해 한다.

대책: 다시 말하지만, 화라는 감정의 주범은 상대방이 아니고 상대방의 행동이나 사건에 대해서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사고가 감정의 주범이기에,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확인하지도 않고, 화난 감정을 느끼고 소리를 지르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 분노를 처리하는 것은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기 생각을 확인하는 질문을 하고, 서로서로 배려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오래 참았다가 화를 내고 쉽게 잊어버리는 스타일과 대책 

대체로 여성들이 이러한 스타일로 화를 내는 경우가 많다. 화나고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내가 참으면 우리 가정이 편안하니까 내가 참으면 된다.”라면서 화를 참는다. 그러나 참았던 분노가 풍선 효과처럼 팽창하면 오랫동안 참아온 분노가 폭발하면서 막말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주위 사람들은 평소에 조용하고 착한 사람이 왜 갑자기 화를 낼까 하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인다. 분노를 오랫동안 억압하고 참는 사람들은 혈압, 소화 장애, 두통 등의 신체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대책: 이러한 사람들은 분노를 느끼면 자신의 신체 변화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분노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서로 다른 의견이나 견해를 가질 수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분노 표현을 억압하는 여성들은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했을 때 남편이 신체 폭력을 했을 수도 있고, 남편이 강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억압하고 참아왔을 수 있다. 감정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자기 주장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오래 참았다가 한번 화가 나면 오래가는 스타일과 대책 

분노를 표현하는 스타일 중에 스스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주위 사람들도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러한 사람이다. 화나는 일을 억압하고 의견을 말하지 않기에 주위 사람들은 괜찮고 정상적인 줄 알면서 생활한다. 그러다가 화가 목까지 차올라서 화가 폭발하면 다른 사람들의 처지에서는 갑작스런 반응을 이해하기 어렵다. 대체로 이러한 사람들은 화를 오랫동안 참으면서 속앓이를 하고, 또 화를 표현하면 화난 감정을 풀지 않고 지속하기에, 분노가 내면으로 향해서 화병을 앓게 된다. 대체로 현모양처에 속하는 여성들이 이러한 분노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책: 분노라는 감정은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생각하거나, 정의나 당위적인 행동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느끼는 아주 정상적인 감정이다. 이러한 감정은 표현하고 주위와 소통을 해야 한다. 해소되지 않거나 표현되지 않은 분노 감정은 신체화되어서 속병, 소화 기관 문제 심하면 암으로 발전하는 예도 있다. 석가모니는 “분노를 억압하는 것은 벌건 숯불 덩어리를 가슴 속에 묻고 사는 사람과 같다”라고 말했다. 즉 분노를 가슴에 묻고 살면 자신에게 내상을 입힌다. 자신의 분노 감정을 알아차리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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