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증원안 부결, 행정조치 예고에…의료계 “처분 멈춰달라”

부산대 "불이익 받더라도 지킬 것"...전의교협 "대학 심의권 존중해야"

지난 7일 부산대 대학본부에서 의대 증원 관련 학칙 개정을 위해 교무회의가 열린 가운데 의대생들과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부산대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따른 학칙개정 절차를 위한 교무회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부결됐다. 이에 교육부가 시정명령을 내리고 불이행 시 행정조치를 예고하자 의료계에선 대학의 심의권을 존중하고 처분을 멈춰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부산대는 증원된 의대 정원 규모를 확정 짓는 학칙 개정안을 심의하기 위해 교무회의를 개최했다. 다만 개정안이 구성원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당초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을 위해 거쳐야 하는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 지으려 했던 계획이 무산됐다.

이에 대해 부산대 관계자는 “이번 교무회의 결정의 의미는 개별대학이 증원 규모를 확정하기 전에, 국가공동체에서 책임 있는 주체들이 하루 속히 만나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해당 결과를 놓고 교육부 측은 이날 “부산대의 학칙 개정이 최종 무산됐다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학생 모집 정지 등 행정조치를 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교육부가 학칙 개정 부결에 행정조치로 강력하게 경고하며 부산대도 학칙 개정을 재차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부산대 의대 측은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더라도 현재 결정을 고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문을 통해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정합의체를 구성하고, 과학적 추계를 통한 미래 의사 수 산정과 의대 증원을 결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더 이상의 의료파국을 피해야 할 것”이라며 “의대정원 증원을 거부했을 때 부산대는 어쩔 수 없이 불이익을 받겠지만 올바른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료계에선 부산대 의대의 결정을 존중하며 정부의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성명서를 통해 “부산대의 결정은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법치주의 국가의 상식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지극히 온당한 결정”이라며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며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교육부는 학칙개정 후 대학입학전형시행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고등교육법 제19조 대학평의원회의 학칙개정 심의권을 존중해 달라”며 “학칙개정 등 시행계획 변경에 필요한 절차를 사후 처리 하라는 탈법 조장 행위와 강압적 행정 처분을 즉시 멈추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편 부산대는 의대 증원 규모 확정과 관련된 학칙 개정이 불발된 최초의 사례다. 현재 의대 입학정원을 배정받은 다른 대학에서도 학칙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이라 향후 부산대 사례가 영향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 같은 날 오후 제주대에서도 학칙 개정을 부결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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