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록음악 대가들은 제프 벡을 그토록 존경할까

[이성주의 건강편지]

2023년 01월 16일ㆍ1557번째 편지


지난주 세계의 언론이 앞다퉈 영국의 록 기타리스트 제프 백의 부음을 알렸습니다. 뇌에 세균이 침투한 ‘세균성 수막염’ 때문에 집 부근 병원에서 운명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록 음악 전설들의 추모가 쏟아졌습니다.

“그는 다른 행성 사람이었다. 제프, 당신은 최고였어.” -로드 스튜어트

“그의 음악은 나를 몸서리치게 했고 영감을 줬으며, 나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그래왔다.” -데이비드 길모어(핑크 플로이드)

“함께 연주하면서 경험한 그의 테크닉과 기타 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뒤 그의 팬이 됐다.” -리치 블랙모어(레인보우)

“기타 연주의 절대적 정점이었고, 인간으로서도 지독할 정도로 훌륭했다.” -브라이언 메이(퀸)

“제프처럼 기타를 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진 시몬스(키스)

“또 다른 제프 벡은 영원히 나오지 않을 것.” -토니 아이오미(블랙 사바스)

혹시 제프 벡의 히트곡을 기억하시는지요? 들으시면 “아~!” 하실 곡이 몇 곡 있겠지만, 대중에게 크게 유행한 곡은 별로 없는, 이 연주자의 죽음에 왜 세계가 이토록 안타까워할까요?

1944년 태어난 제프는 6살 때 레스 폴의 전자 기타 음악을 듣고 어머니에게 “이게 뭐냐?”고 물었습니다. 어머니가 “전자기타인데, 속임수 투성이”라고 알려주자 “그럼 나를 위한 것이네”라고 말하고, 그 뒤 이 악기의 세계에 빠졌습니다.

제프는 윔블던 예술대 재학 때 누이의 소개로 지미 페이지를 만났고, 1965년 전설적 록그룹 야드버즈에서 에릭 크랩톤이 탈퇴하자 지미의 주선으로 이 그룹에 합류합니다. 1970년대 일본의 한 음악 평론가가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야드버즈 출신의 에릭, 지미, 제프 세 사람을 꼽아서 우리나라에선 그게 정설로 자리 잡았지요. 그러나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른데 3대, 4대 기타리스트가 정해져 있을 리가 있을까요?

제프 벡은 나중에 로드 스튜어트, 로니 우드 등과 함께 ‘제프 벡 그룹’을 만들어 ‘Beck’s Bolero,’‘You Shook Me’ 등의 명곡을 발표했고, 나중에 솔로로도 ‘Blow by Blow,’ ‘She’s a Woman,’ ‘Cause We’ve Ended as Lovers‘ 등의 명연주곡을 남겼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세 차례 공연을 했는데 세월호 참사 직후 열린 두 번째 내한 공연에서 웃옷 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People Get Ready’를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제프는 대중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에서 완벽을 추구했습니다. 록 아티스트로서의 자존감을 지킨 연주가였다고나 할까요? 그는 1992년 야드버즈 멤버로서, 2009년 솔로로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는데 두 번째 헌액 때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제 방식으로 연주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가장 지독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지요. 그게 지금 가장 중요하지 않나요? 저는 규칙을 신경 쓰지 않아요. 사실, 저는 어떤 곡이든, 최소 10번 이상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제 연주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지 않는 겁니다.”

어쩌면 공장형 음악이 지배하고 있는 듯한 음악계에서 제프 벡의 존재는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순위, 매출액, 판매량 등 숫자가 모든 것 같지만 진짜는 자신만의 목소리, 자신만의 연주이겠지요? 어디 음악뿐이겠습니까? 아파트 평수와 가격, 시험 성적과 대학 순위, 연봉, 이런 것이 모든 것인 듯 하지만 결코 그렇지는 않다는 것,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금세 알 수 있죠? 중요한 것은 바로 나의 삶, 내가 재미있고 미칠 수 있는 일, 내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요? 여러분은 그런 일을 신명나게 하고 있나요? 여러분만의 목소리, 여러분만의 삶은 무엇인가요?

제프 벡의 음악을 듣지 않을 수 없겠죠? 1985년 발표한 앨범 ‘Flash’에 수록된 ‘People get ready’ 준비했습니다. 이 곡은 원래 커티스 메이필드가 이끈 미국 밴드 ‘임프레션’가 발표한 곡으로 가스펠의 요소를 가미해 인권을 노래한 명곡이지요. 우리나라에도 록 애호가 사이에선 잘 알려진 ‘Cause We’ve Ended as Lovers’ 이어집니다. 스티비 원더가 부인에게 지어준 곡이었지만, 제프 백이 미국 기타리스트 로이 부캐넌에게 헌정한 곡으로 훨씬 더 유명하지요?

‘People get ready’ 듣기 ▶

‘Cause We’ve Ended as Lovers’ 듣기 ▶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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